BP's : 오랫동안 읽어야지..하면서도 손이 안가는 책들이 있다. 처음에 몇 장 넘기다가 포기해버린...나에게 있어서 희랍인 조르바는 그런 책이었다.
최근 보고 싶은 책을 먼저 읽은 뒤에 영화를 같이 보고 있는데,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는 것, 책을 보고 영화를 보는 것 다 장단점이 있는데 나에게는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단순히 책을 영화로 옮긴 것보다 영화의 장점을 잘 살려서 원작을 이야기를 유지하는채 재구성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책을 읽은 뒤에 안소니퀸이 나온 희랍인 조르바를 다시 영화로 봤는데, 새로운 느낌이었다.
등장인물들이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50년이 넘은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연기는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마치 그 사람들을 영상으로 남겨놓은 듯한.
왜 사는지....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그동안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 고전을 좀 더 읽어보려고 한다. 고전에는 확실히 강한 힘이 있다.
예스24 : http://www.yes24.com/24/goods/2901954?scode=033
imdb : http://www.imdb.com/title/tt0057831/ 7.7/10
흑백이라 더 멋지다.
원작...
주인공은 비가 오는날....광맥을 캐기위해 한 마을에 도착한다.
옛날 외국 배우들은 흑백 사진과 더 멋지게 어울리는 것 같다.
비를 피하기위해서 온 또 다른 사람....조르바..
무작정 같이 일하게 해달라고 조른다..
그리고 주인공을 설득해 마을로 함께 이동.....
주요한 역할을 하는...부풀리나 부인..
그녀는 조르바에게 호감을 보인다.
아니 호감을 보이는 것은 조르바...
이 마을에는 부풀리나 부인 말고도 주목을 받는 한 여인이 있다.
미망인 역할의 Irene Papas는 자그만치 1926년 생이시다. 나바론요세에도 나오심...
동네 남자들은 그녀를 놀리는 것으로 소일거리를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괴롭힘이다.
미망인에게 우산을 건네는 주인공....
조르바와 주인공은 열심히 광맥을 캔다...
안소니 퀸의 연기는 지금 봐도 전율이 흐를 정도다.
광산에 쓸 케이블을 사기 위해 떠나는 조르바..
부풀리나 부인 "조르바 꼭 돌아와야해요. 나를 잊으면 안되요..."
주인공 "조르바는 금새 다시 돌아올 겁니다 "
부풀리나 부인 "모두 떠나갈 때 그렇게 말했답니다"
주인공은 미망인과 서로 호감을 갖지만 다가가지 못한다.
이 눈빛!
부풀리나 부인은 조르바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기 위해 미망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의 결과는.....
돌아온 조르바..그들에게 남은 것....
마지막 조르바가 춤을 추는 이 장면은 실제 카잔차키스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책에는 없고 영화에만 있다.
P35
여자가 조르바를 다정하게 불렀다 "보쇼, 형제, 영혼이 있수?"
조르바가 걸음을 멈추었다.
"있지" 그가 엄숙하게 대답했다.
"그럼 5드라크만 줘요"
조르바가 주머니를 뒤져 낡은 가죽 지갑을 꺼냈다.
"여기 5드라크마 있어" 그때까지 시무룩해 있던 입술에 그제야 웃음이 번졌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두목 이 동네는 물건 값이 참 싼 모양이군요. 영혼 값이 겨우 5드라크마하니!"
P62
그는 남자나 꽃핀나무, 냉수 한컵을 보고도 똑같이 놀라며 자신에게 묻는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P85
두목, 지금이니까 말씀드립니다만 나는 원래 중심을 못 잡는 놈입니다. 악마는 이쪽으로 당기고,하느님은 저쪽에서 당기지요. 한중간에서 나는 두 토막으로 끊어지고 말았지요. 고맙게도 두목께서 위대한 말씀을 들려주셨고, 이제 나는 눈을 뜨게 된 겁니다. 나느 깨달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자 건배합시다! 돈이 얼마나 남았어요? 넘겨줘요. 먹어 치웁시다!
P96
여자의 장신구, 향기 좋은 비누, 작은 라벤더 향수를 포기하게 하다니 말이나 되는 노릇입니까? 여자가 그런 걸 포기하면 세상은 끝나는 겁니다. 그건 공작새 깃털을 홀랑 뽑아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죠! 안 됩니다. 절대로 안 되죠. 나는, 조르바가 살아 있는 한 그런 불행한 사태는 있을 수가 없다.
P167
그런데 내게 아주 겁이 나는 문제가 하나 있어서 두목에게 물어 봐야겠습니다. 딱 한 가지 두려운 게 무엇인고 하니 바로 마음에서 온 것입니다. 이 것 때문에 밤이고 낮이고 마음이 편치 못해요. 두목, 겁나는 것이 무언인고 하니 나이 먹는 것이에요,. 하늘이 우리를 지키소서! 죽는다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끽 하고 죽고 촛불이 꺼지고, 뭐 그런 것 아닙니까. 그러나 늙는 다는 건 창피한 노릇입니다. 나이 먹어 가는 걸 인정한다는 것은 예사로 창피한 노릇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걸 눈치 채지 못하도록 별 짓을 다하는 거지요.
P174
당신에겐 하느님 같은 물 묻은 스펀지가 있습니다. 쓱싹쓱싹! 그럼 내 죄는 다 닦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이런 고백을 하고 있는 겁니다.
P197
무슨 음식을 특히 좋아사십니까 영감님?
아무거나 다 좋아하지요. 이건 좋고, 저건 나쁘다고 하는 건 큰 죄악입입지요
"왜요 골라서 먹을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안 되지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왜 안됩니까?"
"굶주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지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내 마음은 일찍이 그런 품위와 연민의 높이에 이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P207
흥이 돌자 그들은 조르바와 산투리를 둘러싸고 자갈돌을 밟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며 전율했다.
(내가 찾던 광맥은 바로 이것이구나. 더 무엇이 필요하랴...)
P244
나갑시다. 별 아래로 나갑시다. 그래야 하느님이 우리를 내려다보시지. 두목, 당신이 반지를 갖고 나오쇼. 노래 부를 수 있겠어요?
"없어요.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숩니까?"
P258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
P 259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조르바라는 사내가 부러웠다. 그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들을 고스란히 살아온 것이었다. 내가 고독 속에서 의자에 눌러붙어 풀어 보려고 했던 문제를 이 사나이는 칼 한 자루로 산속의 맑은 대기를 마시며 풀어 버린 것이었다. 나는 비참한 기분이 되어 두 눈을 감았다.
P330
나는 새벽에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해벼변을 따라 마을로 향했다. 내 심장은 가슴속에서 뛰고 있었다. 내 생애 그 같은 기쁨을 누려 본 적이 없었다. 예사 기쁨이 아닌, 궁고하면서도 이상야릇한,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 같은 것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과 극을 이루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돈, 사람, 고가선, 수레를 모두 잃었다. 우리는 조그만 항구를 만들었지만 수출할 물건이 없었다. 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가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모든 것이 어긋낫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혹자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악마라고 부르는)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외부적으로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P336
재수 없는 사람은 자기의 초라한 존재 밖에서도 스스로 자만하는 장벽을 쌓는 법이다. 이런 자는 거기에 안주하며 자기 삶의 하찮은 질서와 안녕을 그 속에서 구가하려 하는 게 보통이다. 하찮은 행복이다.
만사는 정해진 순서를 따라 진행된다. 험한 길, 신성한 길을 따르다 안전하고 단순한 법칙에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로부터의 공격이 차단된 하찮은 확신의 테두리 안에서 지네처럼 꼼지락거리다 보면 아무 도전도 받을 수 없다. 숙명적인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 되는 강력한 적은 오직 하나, 터무니없는 확신뿐이다. 확신은 내 경험의 벽을 허물고 내 영혼을 덮치려 하고 있었다.
P 338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만났다가는 헤어지면서도 우리의 눈은 하릴없이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 모습, 몸매와 몸짓을 기억하려고 하니...부질 없어라, 몇 년만 흘러도 그 눈이 검었던지 푸르렀던지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을...
P339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을 자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를 거요 " 내가 오기를 부렸다. 조르바의 말이 정통으로 내 상처를 건드려 놓았기 때문이었다.
" 두목, 어려워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바보. 아시겠어요? 모든 걸 도박에다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좋은 머리가 있으니까 잘ㅇ느 해나가겠지요.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삼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두니까. 이 잡것이! 줄을 놓쳐 버리면 머리라는 이 병신은 그만 허둥지둥합니다. 그러면 끝나는 것이지. 그러나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않을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노란 양국 맛이지. 멀건 양국 차 말이오. 럼주같은 말이 아니오.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P353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내 삶을 풍부하게 해준 것은 여행과 꿈이었다.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조르바....
P364
힌두교도들은 구르라고 부르고 수도승들은 아버지라고 부르는 삶의 길잡이를 한 사람 선택해야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을 것이다. 주린 영혼을 채우기 위해 오랜 세월 책으로부터 빨아들이 영양분ㅇ의 질량과 겨우 몇 달 사이에 조르바로부터 느낀 자유의 질량을 돌이켜 볼 때마다 책으로 보낸 세월이 억울해서 나는 격분과 마음의 쓰라림을 견디지 못한다. 둘이서 벌인 사업이 거덜 난 날 우리는 해변에 마주 앉았다. 조르바는 숨이 막혔던지 벌떡 일어나 춤을 추었다. 그는 중력에 저항이라도 하는 듯이 펄쩍펄쩍 뛰어오르면서 소리를 질렀다.
" 하느님 작고하신 우리 사업을 보우하소서, 오 마침내 거덜 났도다.
P382
묘비에는 카잔차키스가 선택해 두었던 비명이 새겨짐
Den elpizo tipota, Den fovumai tipota. Eimai elefthros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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