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을 처음 본 것은 3년전 서울대 강의에서 였다. 당시 그래픽 처리 프로그래밍 언어 쿠다 관련해서 강의를 했는데..
재미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발표를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행사에서 자주 마주쳤고, 올해초 CES에서도 잠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모바일용 칩셋 테그라2와 3D에 대해서 발표를 했다.
재미있는 일은 당시 내가 따로 질문을 하는데 내 뒤에 머리에 기름을 잔뜩 바르고 명함 교환을 기다리던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너무 많이 나 혼자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잠시 질문을 뒤로하고 그들이 명함을 교환하게 자리를 피했었는데..
당시 젠슨 황과 두 명의 사람들의 대화로 미뤄봐 두명은 미디어 관계자였다.
"우리는 애플과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미디어 업계에 변혁을 일으킬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라고 했고
젠슨 황은 "우리는 뉴욕타임스나 비즈니스위크 보다 당신들이 더 중요하다. 도울일이 있으면 뭐든 말하라"라고 답했다.
그리고 몇 달뒤에 나는 그 두명이 뭐하는 사람인줄 알게 됐다.
Wired 지 수석 에디터 였다. 아이패드에 Wired를 내면서 인터뷰를 하는 동영상에 그들이 있었다.
사실 엔비디아와 같은 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 CEO 정도면 같이 대화하는 것 자체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젠슨 황은 일을 즐겁게 일을 하는 사람이다. 눈이 항상 초롱 초롱하고 궁금증에 가득차 있다.
이번 인터뷰도 그래서 좋은 기회에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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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 솔루션에 특화된 업체다. 인텔이 PC 머리에 해당하는 CPU(Central processing unit)를 만드는 회사라면, 엔비디아는 그 중 그래픽데이터를 처리하는 GPU(Graphic processing unit)와 그래픽관련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다. PC 그래픽카드와 노트북PC에 들어가는 그래픽칩셋 중 상당수가 엔비디아 제품으로, AMD와 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엔비디아 고객은 고해상도(HD)와 3D 등 더 풍부한 시각적 효과를 원하는 게임마니아, 컴퓨터 그래픽 제작업체, 자동차와 선박, 건축 디자인업체 등이다.
최근 엔비디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탑재되는 그래픽칩셋 '테그라2' 개발에 주력하며, 인텔 아톰 CPU와 결합해 사용하는 '아이온 플랫폼',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탑재되는 그래픽 칩셋까지 사업영역을 활발히 넓히고 있다. 내년부터 출시되는 아우디 자동차에는 엔비디아 그래픽 칩셋이 탑재된다.
젠슨 황(Jen-Hsun Huang)은 1993년 엔비디아 창업 이후 CEO를 맡고 있다. 1993년 다른 두 명의 창업자와 PC 그래픽 시장에 뛰어든 젠슨 황은 엔비디아를 연매출 400억달러 글로벌업체로 만들어 벤처기업가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인식돼 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PC시장의 미래, 시각(Visual Computing) 부문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엔비디아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알려달라.
- 현재 IT 부문은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 컴퓨터 산업이 근본적으로 변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세계가 시각적으로 바뀌고 있다. 문자가 아닌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터치입력방식', '3D', '고화질(HD)' 등이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전세계가 클라우드로 연결되고 있다. 이런 기술변화 때문에 PC사업이 변하고 있다. 가전업체들도 이 부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존까지 PC업계끼리 경쟁이 아닌 PC업체와 가전업체와 경쟁도 일어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렇게 IT산업이 큰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기존 PC기반 시장, 모바일 부문을 공략하고 있다. 우리의 강점은 '시각(Visual) 기술', GPU를 범용 CPU로 활용할 수 있는 '병렬(parallel) 기술', 모바일 기술로 꼽을 수 있다. 또 그래픽처리 프로그램 언어 '쿠다(CUDA)'를 가지고 있는 것도 우리의 강점이다. 현재 사업부문은 PC를 중심으로 한 비주얼 기술과 병렬부문이 65%, 모바일 부문이 35%를 차지하고 있다.
△ 그래픽 컴퓨팅 부문은 향후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 처음 창업을 했을 때 이 부문이 어느 정도 성장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저 창업동료들과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을 뿐이다. 하지만 3D 그래픽 기술이 게임과 만나면 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기존까지 그래픽은 화면에 선과 면 등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표현력에 물리역학이 더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빛이나 물, 불 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함수를 이용하면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이런 기술은 게임과 헐리웃 영화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물리와 수학이 그래픽 컴퓨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모바일 부문이 큰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년간 매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점은 모바일 그래픽 부문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이 언제냐는 점이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기존에 해왔던 사업부문처럼 수평선을 그리다가 한순간에 급성장할 것이다.
△ 최근 PC부문에서 경쟁사인 AMD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 업체간 제품 세대교체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점유율의 변동은 항상 있다. 우리 신제품이 최근 출시됐기 때문에 우리 점유율이 다시 높아질 것이다.
△PC, 노트북PC, 스마트폰, 태블릿PC처럼 새로운 기기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기기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 급속한 기술의 발전으로 어떤 새로운 제품이 등장한다고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떤 기술이 탑재될지는 예측 가능하다. 우선 3D가 확대적용될 것이다. 스마트폰 부문에도 3D를 구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메뉴도 마치 화면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증강현실은 무궁무진하다. 건물 내에서 화장실을 찾을 때도, 명함을 정리할 때도 증강현실을 이용할 것이다. 태블릿PC와 마찬가지로 노트북PC, 데스크톱PC, 가전제품도 터치기반 제품이 늘어날 것이다.
△ 애플 아이패드 이후 태블릿PC가 PC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태블릿PC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 태블릿 PC는 두 가지 면에서 PC시장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본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PC를 사용하는 방법, 두 번째는 디자인이다. 현재 PC 사용자 99%는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전체사용자중 1%나 극소수만이 콘텐츠를 생산해낸다. 태블릿PC는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완벽하게 소비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다. 가볍고, 휴대성이 좋아 사람들이 어디서나 콘텐츠를 내려 받을 수 있다.
태블릿PC 등장은 PC 디자인에도 변화를 줄 것이다. 태블릿PC는 현재 데스크톱PC나 노트북PC 경계를 없앨 것이다. 태블릿PC는 데스크톱PC나 노트북PC와 달리 디스플레이 뒤에 주요 부품이 들어 있다. 이는 항상 들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PC에 키보드를 붙이면 노트북PC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화면을 세워 사용하면 데스크톱PC처럼 쓸 수 있다. 미래의 노트북PC는 키보드가 달린 태블릿PC, 미래의 데스크톱PC는 큰 화면을 탑재한 태블릿PC일 것이다.
- 그렇다. 연내로 출시될 것이다.
△ 기존까지 엔비디아 경쟁업체는 AMD였다. 하지만 최근 테그라2로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모바일 부문, 아이온으로 PC 부문에 진출하면서 경쟁자들이 늘고 있다. 엔비디아 경쟁자는 누구인가.
- 경쟁자가 많다는 것은 그 시장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C부문은 인텔과 AMD, 모바일 부문은 퀄컴이라고 생각한다. 엔비디아의 강점은 그래픽 기술이다. 우리는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소프트웨어, 게임 개발자들과 유대관계를 구축해왔다. PC시장에서는 게임관련 그래픽 기술을, 워크스테이션 관련해서는 자동차 디자인, 항공기 디자인을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모바일 부문은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많이 쓰기 때문에 이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게임, 터치 연관 그래픽, 고해상도 부문에서 독특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퀄컴이 통신부문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래픽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이점을 앞세워 승부를 할 것이다.
△ 창업당시 그래픽 솔루션 부문에 수 많은 경쟁자들이 있었다. 이들과 경쟁해서 엔비디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 당시 만해도 크고 작은 경쟁업체들이 200여개 있었다. IBM, 실리콘그래픽스 등 거대한 업체들도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사라지거나 그래픽 부문 사업을 접고 인텔, AMD 정도만 남았다. 그래픽 관련 부문은 많은 기술개발비용이 들어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규모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다. 엔비디아는 처음 창업할 때부터 그래픽 부문 산업 자체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업체들은 그래픽카드 업체나 OEM이 요구하는 칩셋,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우리는 '누가 우리 제품을 최종적으로 사용하는가?'에 집중했다. OEM에 공급한 칩셋을 탑재한 그래픽카드도 결국 최종 사용자가 게임도 하고 자동차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종고객이 우리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썼을 때 훌륭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데 집중했다.
△ 엔비디아는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다. 국내 IT 중소기업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업체들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조언이 될 지 모르겠다. 내 경우를 비춰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하고, 열정을 따르고, 그 일이 옳은 일이라고 믿어야 한다. 엔비디아 창업자들은 모두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고, 더 좋은 게임을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데 집중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언젠가 남들도 좋아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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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다 담지 못하는 얘기들도 많았다.
우선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국내 업체들과 어느정도로 협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물었다.
그저 '테그라2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국내 업체에서 나오느냐고요?'
"Yes" 라는 정도..
젠슨 황 CEO는 바쁜 일정 때문에 무척 피곤해하셨다.
그런데 인터뷰에 들어가니 바로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리고 내 NEX5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파노라마 샷을 찍어보더니..
'나도 이거 하나 사야겠어'라고...
엔비디아는 큰 도박을 하고 있다. PC 부문 중심인 사업을 모바일로 바꾸려하고 있다.
경쟁사인 AMD가 모바일 부문을 팔아넘긴 것과 정반대 결정을 한 것이다.
두 업체 중 누가 성공을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앞으로 향후 10년 뒤에 사람들은 어떤 기기를 더 많이 사용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문제는 그 시점까지 엔비디아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모바일 시장에 안착하느냐 여부다.
- 관련 동영상. 첫번째와 마지막 동영상만 봐도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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