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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joy/Book

[BP/일독] 셜록 홈즈보다 재미있는 김탁환 역사 추리 소설. 방각본 살인사건 1, 2

by bruprin 2011. 4. 22.



Bp's : 조선 정조시대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해 의금부 도사 이명방은 용의자로 지목된 소설가 청운몽을 처형한다. 청운몽을 용의자로 지목한 이유는 살인사건마다 청운몽의 방각본 소설이 있었고,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던 청운몽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자백을 한 것. 하지만 그 이후에도 비슷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명방은 혼란에 빠진다. 결국 이 연쇄살인에는 더 큰 배경이 있다고 확신한 이명방은 그 뒤를 캐기 시작하는데....
(-_-; 이렇게 쓰고 싶은게 아니라. 소설이 거기까지다. ) 

누님이 이전부터 재미있다고 하셨지만, 얼마전 듀마키를 다 읽고 뒤에 볼 것이 없어서 빌렸다가 한번에 다 읽어 버렸다. 김탁환님의 역사적 고증이 돋보이고, 실제 등장인물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를 등장시켜 소설의 사실감을 더했다.

 이명방과 함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김진의 구도는 셜록홈즈와 왓슨을 연상하게 만든다. 방각본 살인사건은 백탑파 3부작 중 첫작품으로 2편인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최근 영화화된 바 있다. 
방각본 살인사건은 상, 하 두권으로 되어 있는데 술술 읽혀서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필사본에서 방각본으로 넘어가는 소설의 변화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콘텐츠 변화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필사본 사업에 있던 사람들은 방각본에 대해 하대하는 분위기나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 .
변화는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 것을 겪는 사람들만 느끼지 못할 뿐..




각시투구꽃의 비밀 영화 설명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58015
 

방각본 살인사건 구입 : http://www.yes24.com/24/goods/2805664?scode=032&OzSrank=9

p27 
침착함과 느림은 단호함을 더욱 완벽하고 눈부시게 만드는 징검다리다. 이 섬세한 매설가는 오로지 자신만의 눈으로 세계의 흐름을 읽고 자신만의 귀로 변화의 속삭임을 들으며 유혹과 고통을 물리쳐 왔다. 

p161 
"그렇습니다. 어부들은 무릉에 내왕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관원들 역시 무릉으로 떠나는 어부들을 단속하지 않습니다. 형편이 이러한데 법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입니까? 무릉으로 나고 드는 왜구의 횡포를 조선의 군선이 막아내지 못하는게 문제지요. 무릉도 그렇고 제주도 그렇고, 왜구의 노략질 앞에서 조선 조정은 에헴 헛기침만 해댈 뿐입니다. 그 와중에 아까운 목숨을 잃고 생고생하여 얻은 물고기를 빼앗기는 건 긍측한 조선의 어부들입니다. 왜 어부들이 무릉으로 가는지 한 번이라도 헤아린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내버려두고 또 그런 잘못을 지적받는 것을 무작정 싫어하기만 하니..."

2권 
p65 
근래 사대부들 사이에 습성이 매우 괴이하여 반드시 우리나라 규모를 벗어나고자 하며, 멀리 중국인들이 하는 것을 배우고자 한다. 서책은 물론이고 평소에 쓰는 그릇과 물건 역시 모두 중국산을 사용하여 이로써 높이 올라간 것처럼 자랑스러워한다. 묵, 병풍, 필가, 의자, 탁자, 솔, 술통 등 기교한 물건을 좌우에 늘어놓고 차를 맛보고 향을 피우며 억지로 고아한 척하는 토양을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다. 내가 깊은 궁궐에 앉아서도 오히려 들은 풍문이 낭자하여 폐가 됨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지금 사람은 지금 사람 옷을 입어야 한다."라고 하였으니, 이 말은 절실하여 공경할 만하다. 이들이 우리 동방에서 태어났으면 마땅히 우리 동방의 본색을 지켜야 할 것인데, 어찌 힘을 다해 중국 사람을 모방하려 하는가? 이 역시 사치 풍조의 일단이며 말류의 폐단으로 장차 말할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게 될 것이니 실로 보통 근심이 아니다. 
- 정조 '일득록', '훈어' 

p125 
 박지원은 선과 악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이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원래 몸에 있는 이치거늘 신명이 굽어본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행하는 선에 따라 일일이 복을 내려 주지는 않는다. 왜 그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므로 딱히 훌륭하다 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악은 단 한 자리라도 행하면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 이는 어째서일까? 마땅히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므로 미워하고 노여워할 만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선을 행하여 복을 받겠다는 생각은 하지말고 오직 악을 제거하여 죄를 면할 방도를 생각함이 옳다. - 박종채 '과정록' 

p241
 사대부라면 차라리 빌어먹을지언정 들녘에 나가서 농사 짓는 일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 그런 사대부의 법도를 모르는 양반이 있어 베잠방이를 걸치고 패랭이를 쓴 채 "물건 사시오."외치며 장터를 돌아다니는 일이 있거나 먹통이나 칼, 끌을 가지고 다니면서 남의 집에 품팔이하며 먹고사는 일이 있으면 부끄러운 짓을 한다고 비웃으며 혼사를 맺는 자가 드물 것이다. 그러므로 집에 동전 한 푼 없는 자라도 모두가 다 성장을 차려입고 차양 높은 갓에다 넓은 소매를 하고서 나라 안을 쏘다니며 큰소리만 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입고 먹는 것이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그러니 부득불 세력가에 빌붙어 권세를 얻으려고 하므로 청탁하는 풍습이 형성되고 요행수나 바라는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러한 짓거리는 장터에 있는 장사꾼들조차 하려 하지 않는 행위이다. 따라서 나는 차라리 중국처럼 떳떳하게 장사하는 행위보다 못하다고 말한 것이다. - 박제가 '북학의' 

p258 
 경건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니까. 공맹이 남긴 글이 아무리 훌륭해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 가르침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네. 소설은 독자들을 바로 끌어들인다네, 그 안으로 쑤욱 들어간다 이 말이지. 주인공과 한 몸이 되어 싸우고 사랑하며 한평생을 보내다 보면, 무슨 일이든 그냥 멀리서 구경만 하지 않고 앞으로 나와서 참여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지. 이건 전혀 다른 경험이야. 소설이 아닌 어떤 서책이 그 같은 체험을 독자들에게 줄 수 있겠는가? 그 낯섦 때문에라도 소설이 방각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걸쎄. 막으면 막을수록 기갈은 커지는 법이니까. 

p300
 현재 이야기 문학은 필사와 방각화 활자를 넘어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 이야기가 필요한 전혀 새로운 매체가 생겨난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글은 원고지에 꾹꾹 눌러 써야 영혼이 담긴다는 주장도 있고, 이야기를 책으로 읽던 시대는 완전히 갔다는 주장도 있다. 필사 소설에서 방각 소설로 옮겨가던 18세기 소설가 청운몽이 창작, 출판, 유통에 두루 관심을 가지며 폭넓은 시각을 확보한 것은 아날로그-이야기에서 디지털-이야기로 넘어가는 21세기 소설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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