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s : 전기차에 대한 내 관심은 예전에 비해 요즘 시들해져버렸다. 우선 미니 e와 GM 볼트를 타보고 전기차에 대한 확신이 들었지만 여전히 짧은 주행거리와 높은 가격은 전기차 시장으로 전환점에는 많은 시간이 남았음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대안으로 나오고 있지만, 양 쪽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부각 받을 수는 있지만 주력시장에서 성공은 희박해 보인다.
전기차가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 주위에 전기차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1. 비싸다.
2. 불편하다.
전기차가 판매되려면 현재 내연기관 차와 가격 차이가 15% 내외로 줄어들어야 한다. 같아지면 물론 더 좋다. 전기차 업체들은 매월 사용하는 연료비를 비교하면서 전기차의 우수성을 강조하지만, 더 높은 비용을 주고 구입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더 낮아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가 좋은지 몰라서 사람들이 안사는 것이 아니다. 만약 현대차와 bmw와 가격이 같다면 물론 사람들은 bmw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가격 차이와 유지비 등을 고려해서 구입하기 때문에 현대차가 훨씬 많이 팔리는 것이다.
전기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차와 가격 차이가 30%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도 너무 많다. 가격 뿐 아니라 현재 전기차를 운행함으로써 겪어야할 불편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더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주행거리는 전기차 업체들이 통계치로 제시하는 것처럼 그렇게 길지 않고, 굉장히 불규칙적이다. 전기차 업체들은 1일 60km를 주행하는데 필요한 한달간 전기세가 5만원 이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 전기세를 감안했을 때 이야기고 이 요금은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다. 처음에는 아니겠지만 유류세를 걷지 못하는 손실을 정부에서는 전기차용 전기세에 추가로 세금을 붙일 것이다. 능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불편한 점도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전기차의 불편함은 충전의 불편함과 주행의 불편함으로 나눠진다.
최근 전기차 업체들의 움직임을 보면 완속충전은 모두 포기하던지 줄이고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는 급속 충전방식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가정용 220v 코드는 아마 전기차 코드로 쓰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가정내에 전용 충전기 또는 전용 충전소를 이용해야한다는데 급속충전을 한다고 해도 2~3시간 이상이 걸린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데 중간에 2시간 충전을 한다고 하면, 누가 전기차를 구입하겠는가? 또, 가정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만 충전이 가능하다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샀는데 충전을 지하철역에서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주행거리 경우 현재 공개된 전기차 중 테슬라 모델 s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한번 충전에 100~150km 정도다(테슬라 모델S 경우 가격을 고려하면 전기차로서 장점이 거의 없다). 전기차 업체들은 대부분 운전자들의 도심에서 1일 주행거리가 평균 45km 이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 GDP가 2만불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소득수준이 2만불 정도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로 실제상황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매일 10km만 출퇴근 하는 사람도 출근 전 자녀를 학교에 태워 보내고, 저녁에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서울 인근의 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올 수 있다. 거기에 어제 충전을 하지 않고 나섰나면? 아마 전기차를 구입한 자신을 엄청나게 질책할 것이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할 것이다 "전기차는 아직 아니라고"
현재 주행거리는 충전시간, 방법과 맞물려 전기차 업체들이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려면 예외없이 주행거리가 일정한 곳. 관공서나 업무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공항, 공원, 경찰서의 관내 관리 업무 등이 될 수 있다. 시장은 크지 않지만 전기차 업체로서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크고작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주행거리도 최소한 현재의 2배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 업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1~2년 내로 주행거리 200km를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배터리 용량, 가격, 무게 등 상황을 종합해서 얘기한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에서 6세대 골프 전기차 모델을 국내에 들여와서 타볼 수 있었다. 이 모델은 연구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시판될 예정은 없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이 차량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를 반영해 최근 베를린에서 공개된 7세대 골프 전기차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좀 더 작은 UP! 전기차도 준비중이라니 기대된다.
폭스바겐이 별도 전기차를 만들지 않고 기존 골프를 가지고 전기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원가절감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닛산 리프 같은 경우 신차 개발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더 들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보인다.
외관에서는 전혀 다른 부분이 없다. 누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전기차인지 모를 것이다. 전면과 측면에 충전구가 있고 한번 충전으로 150km 주행이 가능하다.
놀란 것은 배터리로 인한 내부공간 손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미니 E 경우 트렁크과 2열을 모두 배터리로 사용했고, GM 볼트도 트렁크 부분이 좁았는데, 이 전기차 골프는 기존 골프와 내부공간의 차이가 없었다.
폭스바겐 측에서는 실내공간의 확보가 배터리를 전면과 후면, 하부 등 세 곳에 나눠서 가능했다고 한다. 이렇게 디자인하면 나중에 고장이 났거나 셀을 바꿀 때도 편리하다고 한다.
배터리 무게만 350kg으로 최대 135km 시속을 낼 수 있다. 출력은 TDI 수준.
공차중향은 1455kgm 모터는 최대 출력 85킬로와트(115마력), 최대 토크는 27.7 kg.m 배터리는 리튬이온으로 26.5kWh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할 수 있다. 주행느낌은 부드럽지만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고 시속 90km 부근에서는 힘이 좀 떨어졌다.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
일반 내연기관 차와 다를 것이 없었으며 무단변속이기 때문에 변속충격도 없고, 저속에서는 안전을 위해 가상의 엔진소리가 난다. 실내 디자인도 계기판을 제외하면 골프와 거의 같았으며 배터리 충전량과 주행거리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에너지 회생 시스템을 통해 감속 에너지를 배터리로 환원할 수 있고, 썬루프에는 태양열 패널이 탑재돼 배터리 충전, 공조시스템 운용 등에 사용된다.
지금까지 타봤던 전기차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아서 꽤 놀랐다. 연구용 차량이라고 하지만 실제 판매해도 될만큼의 수준이었다.
해결해야할 몇가지 문제만 넘는다면 내년에라도 전기차 물결이 몰려올지도 모르겠다.
폭스바겐측은 7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내년 출시할 계획이며 실제 판매를 위해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 업체들 참 무섭다.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들이 모두 우리나라에 있는데 전기차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아서, 현대기아차도 이 부분에 대해서 더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밥먹고 있는 골프. 일반 골프와 다른 점은...배기구가 없다.
사실 타보기 전에 골프 전기차 경우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BMW가 워낙 이 부분에 잘하고 있었고, 다른 업체들에 비해 폭스바겐이 두드러진 부분은 느끼지 못했으니.
하지만 다른 업체들에 비해 폭스바겐이 노리는 것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직접 경쟁을 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주행시에는 전혀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사실 이날 골프는 역시 좋은 차군...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골프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국내 해치백은 아주 고전할 지 모른다.
폭스바겐에서는 서스펜션과 섀시 등이 6새대 골프와 동일하기 때문에 주행성능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무게 때문인지 기존 골프보다는 주행느낌이 좀 더 말랑말랑하게 느껴졌다.
왼쪽이 6세대 골프 TSI 오른쪽 하얀색이 전기차 골프
달릴 때 전철이 움질일 때처럼 휘이잉~ 이런 소리가 나기 때문에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는 차를 직접 몰고 있는 기분이다.
고속에서 풍절음이나 하부 소음이 크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아마 엔진 소리가 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송도는...사람이 거의 없다. 밤이 되면 무서울 것 같음.
내부는 일반 골프와 같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차량 상태 확인을 위해서 LCD 내비게이션은 거의 필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충전상태 점검도 가능하다.
전기차 시장은 자동차 산업의 성격을 확연하게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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