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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BP/IT] 시장의 변화. 핵심을 쥐고 있는 업체와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 업체의 구분

by bruprin 2012. 11. 19.




BP's : 스마트폰이 등장한지 4년만에 (정확히 말하자면 애플이 이 시장에 들어온지 4년만에) IT부문은 이전 30년의 역사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이에 대비하지 않은 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이같은 상황이 짧은시간내에 급격히 벌어졌기 때문에 적응할 여유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마치 빙하기를 맞은 공룡처럼 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변화의 조짐은 여러 곳에서 나왔었고, 스마트폰에 의해 밀려난 업체들 대부분 이전 사업의 변화시점에서 등장해 기존 업체들을 무너트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반복되는 것이며 지극히 자유로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게임의 판이 더 커진 것이다. 만원을 내고 내기를 했던 판이 10만원, 100만원.....1억, 10억 단위로 커져버린 것이다. 이런 판에서는 아무리 능숙한 노름꾼이라고 해도 단 한번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애플은 이같은 규모의 경제의 게임을 가장 잘하는 업체다. 사업의 방향 자체도 누가 얼마나 돈을 거는지가 아니라 아예 게임 자체를 만드는 형태로 만들어 버렸다. 

이전까지 포커나 고스톱같은 게임에 누가 얼마를 거는지가 관건이었으면, 이제는 아예 디럭스 포커, 브라질 세라도~ 이런 듣도 보도 못한 게임을 만들어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애플의 성장 뒤에는 삼성전자의 부품 지원이 주요했다. 삼성전자는 애플 신제품에 맞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공급해 큰 수익을 냈다. 
이같은 성장 모델은 안정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사업의 주도권을 쥐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황이 언제드닞 바뀔 위험이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애플에 공급하기 위해 0.85인치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개발했지만, 애플이 플래시메모리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사업 자체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애플은 항상 남들보다 한박자 빠르게 움직인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이 법정공방을 하고 있는 이유는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점이 컸을 것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말 잘듣는 중국업체들 처럼그대로 부품 업체로 남아있길 바랬을 것이고, 삼성전자는 부품공급을 넘어서 애플과 같은 완제품을 만들고 싶어했을 것이다.

양 업체에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아마 삼성전자는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통해 다음 제품에 애플의 아이디어나 제품 방향성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애플이 삼성을 멀리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그런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 앙숙이 되어 버린 애플과 삼성전자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마지못해 이혼을 하지 못하는 부부처럼 보인다. 애플은 삼성전자 부품 공급 비중을 낮추고 있지만 삼성전자만큼 양질의 부품을 공급받을만한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우에는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점도 큰 손해겠지만 더 큰 것은 애플의 미래 제품에 대한 방향성의 힌트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점이 클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두 업체의 경쟁은 하나에 몰려 있는 것 같다. 바로 휴대전화의 머리에 해당하는 AP(Application processor)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경우 품질과 물량의 문제는 있지만 이전만큼 부가가치는 없다. 

중국과 대만업체들이 만드는 제품은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만큼 품질이 좋지는 않지만 기준선은 넘었다. 하지만 AP 경우에는 최적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가가치의 차이는 엄청나다. 스마트폰의 속도와 배터리 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쿼드코어가 적용된 엑시노스를 개발했지만, 애플은 듀얼코어 A6를 아이폰5와 아이패드 신형에 적용했다. 
코어의 숫자로 보면 삼성전자가 4:2로 이긴 것 같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면 다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4개로 해야할 일을 2개로 만든 것이다. 

미디어들은 이같은 상황을 두고 애플의 아이폰5에 혁신이 이전만큼 없어졌다고 하지만, 실제 대부분 구매자들은 코어가 4개인지 2개인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드웨어적인 부문 벤치마크 점수나 그래프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면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중요했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이런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이제 특별한 사람들이 쓰는 제품이 아니라 보편적인 기기다. 

여기에 애플은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더 효율적인 칩셋을 만드는 것은 단기간 내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개러지밴드나 아이무비 같은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부터라도 소프트웨어 부문에 대비해야 한다. 안드로이드에 집중하고 있는 운영체제 부문도 준비해야할 것이다. 바다는 산으로 갔고, 티젠은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한 개발자 분께 삼성전자 AP 부문 연구원들이 애플 아이폰 AP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드웨어 부문만큼은 자신들이 애플을 압도한다고 생각했는데, 최적화 부문에서 오히려 기술력이 앞서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는 것이다.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나온 이야기이니 사실관계는 맞을 것 같고. OS나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쪽에서 뒷통수를 맞은 것 같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쪽에서는 충격이 꽤 컸던 것 같다. 

AP 부문도 계속되는 기술의 한계점을 맞는다면 결국 소프트웨어와 OS 부문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AP 부문에 여력을 쏟더라도 소프트웨어와 OS 부문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를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각 사업부별로 구둔되어 있고 분기별로 실적을 강요받는 형태에서는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실적이 나오지 않는 이런 부문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전권을 휘두룰 수 있는 최고위자급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가 위태롭게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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