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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IT] 손에 잡히는 즐거움 후지필름 '인스탁스'

by bruprin 2013. 6. 23.



BP's : 어릴적 창경궁(창경원)에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아직도 집에 있다. 이제는 다 닭아서 뭘 찍었는지 잘 보이지도 않지만. 그 때 찍은 사진과 여의도가 광장이었을 때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었다. 즉석사진이라는 획기적인 발명은 사진을 인화하지 않고 바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품질 면에서는 부족할 수 있어도. 그 감성이나 즉시성은 때로는 비교할 수 없을만한 가치가 된다.

몇년전 몽골여행을 가기전에 미리 가보고 왔던 친구는 꼭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져가라고 했다. 그리고 몽골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면 아주 큰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행기에 올랐을 때 나는 준비물로 써놨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빼먹은 것을 알고 '디지털 카메라가 있으니까'라고 생각했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필요한지 깨닫는데는 몇일 걸리지 않았다. 몽골에서 몇 번의 민박을 했는데 그 때마다 나를 재워준 분들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들에게 촬영된 사진을 LCD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을 뿐...전해주지 못했다.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이 가질 수 없겠느냐? 라고 물어보는 주인장에게....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을 미안해할 수 밖에 없었다.
PC도 전기도 없는 그 곳에서는 DSLR의 쨍한 사진보다 흐릿한 폴라로이드 사진 한장이 더 중요한 것이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전 세대 사람들이 평생 찍을 수 없을 분량만큼의 사진을 촬영한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리고 친구에게 전달해준다.
그렇지만 LCD 화면으로 보는 사진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마치 조리법 대로 따라하니 완성되는 그런 음식같이 부족함이 있다.

그래서 가끔 마음에 드는 사진을을 한꺼번에 인화하기도 한다. 사진을 인화해서 당사자에게 전달해주면 아주 좋아한다. 디지털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아날로그가 색다른 경험을 주는 것이다.

디지털 속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단종됐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 폴라로이드라는 브랜드는 남아있지만 이전과 달리 디지털카메라 + 즉석인화의 방식을 쓰고 있고. 폴라로이드 카메라용 필름은 회사에서 나온 몇명이서 만든 회사에서 계속 만든다고 한다.


상용 인스턴트 카메라는 1948년 에드윈 랜드라는 미국 과학자가 만든 뒤(개념 자체는 이보다 훨씬 빠른 1923년 사우멜 쉴라록이 만듬 via wiki ) , 장르가 생길 정도로 즉석사진은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폴라로이드, 코닥, 후지필름이 이 시장에서 각각 제품을 내놓고 경쟁했다. 
폴라로이드는 재정난으로 인해 2008년 더 이상 폴라로이드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자체가 즉석카메라의 대명사인데 디지털의 물결을 넘지 못하고 좌초된 것이다.  

즉석카메라는 이제 후지필름이 만드는 인스탁스 밖에 남지 않았다.
후지필름은 전혀 다른 개념으로 즉석사진 시장에 접근했다. 폴라로이드는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성능 모델, 고가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했지만 큰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미 전문 사진가나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필름카메라가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후지필름은 즉석사진을 재미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사진 크기를 더 늘리려는 폴라로이드와 달리 크기를 오히려 절반으로 줄이고 여성들도 조작하기 쉽게 카메라를 더 작게 만들었다.
 그리고 후지필름은 폴라로이드가 사라진 이 시점에서 즉석사진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이는 공룡시대에서 포유류 시대로 바뀐 것과 비교될 정도로 양측 전략이 극단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아마 후지필름은 아기자기한 것, 유행을 따르는 일본 시장의 덕도 많이 봤을 것 같다.

카메라 가방에 넣고 다니는 인스탁스 카메라는 크기도 작아서 카메라 가방에 넣어두고 가끔 찍는다. 여전히 필름값은 비싸기 때문에(물론 물가 인상분을 생각하면 이전 대비 50% 이하로 떨어졌다) 필요할 때만 찍지만..의외로 디지털카메라로 찍을 때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그리고 복제와 전송이 자유로운 이 시대에 .. 세상에 단 한장 뿐인 사진...유일하다는 특징은 장점으로 작용한다.

물론 사진의 품질은 생각만큼 좋지 않다. 요사이 스마트폰 카메라도 좋아지고 있고, 아래처럼 LG포켓포토와 같은 휴대용 프린터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즉석사진의 입지는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만 즉석사진의 장점은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신중하게 찍게 되는 자세, 촬영한 뒤에 만질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감성적인 면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부문에서 만족감을 준다. 

인스탁스는 어린이와 여성, 동물들에게 매번 관심의 대상이다. 촬영하고 사진이 인화되는 과정, 결과물을 보는 것..모두 재미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길 가던 아가씨들이 같이 사진을 한장 찍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CD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레코드판의 아날로그 감성이 없다고 많은 비평가들의 질타를 받았는데, 이후 MP3파일로 바뀌게 되자 오히려 CD가 음악의 향수를 자극하는 매개체가 됐다.
사진도 마찬가지... 처음 사진이 나왔을 때는 미술가들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디지털로 넘어가니..필름과 즉석사진이 오히려 대접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http://www.fujifilm.co.kr/product/pro_detail_feature_sample.asp?pidx=986&P_Cate1=C&P_Cate2=C&P_Cate3=02


이탈리아 여행을 위해 준비..


어린이들은 모두 관심을 보인다. 마치 장난감처럼...


장난감처럼 그렇게 어릴 때부터 사진과 친해질 수 있다.



어린이들은 즉석사진의 그 과정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촬영하고 필름이 나오고..그리고 상이 또렷해지는 과정...


카메라 앞에 있는 작은 거울을 보면 셀프 촬영도 가능하다.


사진이 아까워서 인물만 찍었다. 하지만 풍경 사진에도 괜찮다. 어차피 기억의 매개체로 사용될 테니...


뛰어다니면서도 찍어봤다.


실내에서..특히 박물관이나 플래시를 쓰면 안되는 곳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 플래시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다.


처음에는 한장씩만 찍다가...결국에는 마음에 드는 것은 인스탁스로 한번 더 찍게 됐다.


배터리 방전에 주의...


해변에서도..


문제는 매번 사람들이 찍어달라고 할 때 참 난감하다...


안찍어주기도 그렇고...그렇다고 10장 밖에 안되는 필름을 매번 여러개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결국에는 카메라를 숨기게 된다.


냉장고 앞에 붙일 사진을 생각해서 신중하게...


디지털카메라와 적절하게 번갈아가변서 쓰는 것이 가장 좋다.


내게 사진은 추억이며, 즐거움이고....인생이다...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던 아가씨... 

딱 한장 남은 것을 그녀를 위해서 사용했다. 필름 몇 통 더 가져오는 것인데..-_-;


여행은 끝났지만....사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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