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s : 초등학교 때는 반포의 파파상사를 주로 다니다가, 4학년 때부터는 겁도 없이 세운상가에 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절대 안갔을 것 같은데 어두울 때도 갔었고. 비가와도 눈이와도 갔었다.
그 때는 PC가 아니라 라디오 키트에 빠져 있을 때라 과학상자나 그런 것을 만들어보다가 세운상가 아저씨들이 만든 불만 반짝반짝하는 게임기나 초인종, 방범탐지기 키트 같은 것을 사러 다녔다. 사실 만들고 나면 쓸데가 없는 조잡한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얼마나 재미가 있었는지...
어릴 때 무언가에 빠져 산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중에 커서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더더욱...
그 때 용산전자상가가 바로 생기기 전이었기 때문에 세운상가의 상권이 극대화 했던 시절이다. 따지고 보면 용산전자상가는 세운상가로 부흥했던 우리나라 IT업계의 새로운 사조. 르네상스와 같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세운상가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가 있고, 실제로 사기꾼 비슷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분위기 자체는 세운상가가 훨씬 그럴듯하다, 웬지 글로벌 헤커 같은 사람이 안에서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오락실이 한참 성행할 때라서 게임기 매장도 꽤 많았고, 그런 것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최근 가보니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전만큼은 아니었다.
아무튼 이후 용산전자상가로 하나둘씩 업체들이 모여들고 선인상가, 나진상가, 원효상가 등이 활발해지면서 학교가 끝나자마자 용산에서 하루종일 보내는 일들이 많았다.
PC업체들은 대부분 조립PC를 파는 아주 작은 업체들이었고, 게임기 파는 곳들도 대만의 카피 팩들을 사다가 판매하는 형태였다.
당시에는 가게 안에서 불법복제 팩 라벨을 붙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물론 만트라처럼 정품만 취급하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지금은 자주 가지 않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용산 곳곳은 나에게 나름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당시 용돈을 모아서 새로운 제품이나 게임이 나오면 다 거기에 써버리는 수 많은 용산키드 중 한명이었다.
오늘은 PC부품을 AS 맡기러 아주 오래간만에 갔다. 불법 DVD를 파는 곳들은 좀 더 성업중이었고.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많이 죽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쇼핑을 많이하다보니 용산은 인터넷 쇼핑의 거대한 물류창고가 되어 버린 것 같다.
하기야 함께 모여있기만 하지 파는 물건들이 차이가 없고 가게들마다 개성도 없다. 물건 찾으면 이쪽 가게에서 저쪽 가게로 서로 전달해주는 곳이고. 진득하게 오래 장사하는 곳, 오래 장사하는 분들을 찾기가 힘들다보디 굳이 여기에 와서 제품을 살 필요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용산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깨닫는 것이 있었다.
이 복잡한 용산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것. 최근 느끼기 어려웠던 '재미'라는 것을 오래간만에 경험한 것이다.
"그렇구나. 이렇게 용산전자상가를 돌아다니는 것이 어쩌면 물건을 사지 않아도 백화점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산개발이 진행되면 이쪽도 다 정리가 된다고 하는데. 만약 그렇다면...정말로 아쉬울 것 같다. 용산 굴다리 앞을 지키던 백구가 사라졌을 때처럼 말이다.
DVD 판매점들
선인 프라자 이 자리는 이제 고정이다.
흠..좀 더 개성있으면 좋을텐데... 그림이 안나온다.
싼 제품을 만나려면 발품을 부지런히 팔아야 한다.
매장이 좀 줄었다. 휴가라서 그런가
이전과 달리 중고매장이 꽤 커졌다. 아 소니 P 비운의 기기....
용산에서 숨겨진 골동품 제품들만 하나씩 모아도 박물관 하나 나올텐데..
다행히 전혀 흥미를 가지지 않는 튜닝...
자주 가는 가게... 여기가 좋은 점은 가격 비교를 할 필요가 없고. 구경해도 사라고 귀찮게 하지 않는 다는 것
스피커는 예전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브릿츠 1000A가 아직도 팔리고 있어서 깜짝 놀랐음.
AS 하러 왔다가.. 그래픽카드 뭐 잘나가는지... 물어봤다. 업계 동향이나 향후 추세 등.....
-_-;
물론 속으로만...
이 가위바위보 게임기는 정말로 사서 뜯어보고 싶다. 우리나라 어린이들 50원짜리 동전을 너무 많이 가져갔음.
이건 집에 둘 곳도 없겠다.
1층인데도 문을 닫은 곳이 군데 군데..용산이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이 꽤 재미있다.
AS 하러 왔다가 덜컥 구입까지 -_-; 650 안사길 잘했다.
여전히 스피커에는 눈이간다.
이런 모습들도 나중에 추억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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