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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BP/IT] 롬팩의 추억. 파이널 판타지3

by bruprin 2013. 9. 10.


BP's : 오래간만에 장군과 밥을 먹었는데 뭔가 보여줄 것이 있다며 스마트폰을 달라고 한다. 주소를 입력하더니 턱하니 PC엔진 스내처 공략본을 보여준다.
"이거 예전에 잡지에 있을 때 썼던 것인데, 누가 다 스캔을 해서 인터넷에 올려뒀더라고, 회사 어떤 사람이 혹시 나보고 그 사람이 맞냐고 물어보더라'
지금은 그 출판사들이 모두 문을 닫았으니 저작권을 주장할 수도 없고, 필요도 없다.
20년도 더 지난 옛날의 게임설명서가 스마트폰에 나오니 참 감회가 새로웠다. 학교보다 출판사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매달 새로운 게임을 하는 것이 즐거워서 장군과 함께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게임이 산업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예전에는 오락하면 공부 안하는 아이, 불량청소년(지금 생각이 났는데 사람에 그것도 청소년에 불량이라는 단어를 붙이다니) 으로 인식되어서 게임과 관련된 것을 하는 일이 참 어려웠다. 
 
인생의 상당부분을 게임이 차지했고, 나중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게임을 해본지도 오래됐다. 시간이 줄어드니 열정과 관심도 줄었다.
그래도 취미 중 하나는 겡미이라 새로운 대작 게임이 나오면 구입도 하고, 해보기도 하지만 어릴 때 그 게임기 가게 벽에 붙어 있던 게임팩들을 보며 가슴이 두근두근했던 기분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게임의 중심이 오락실 -> 콘솔 -> PC -> 온라인 ->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뭔가 재미가 없어졌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최근에는 돈을 들여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는 게임들만 생겨버렸다.
장군은 이미 이렇게 된 상황은 어쩔 수 없다며 이전 재미있게 즐겼던 RPG나 시뮬레이션 게임은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전의 게임을 했던 감각은 이미 낡아버려서 우리가 어릴 때 다른 형들을 노땅 취급했던 것처럼 이제 우리가 노땅이 된 것이라고.

예전 그 형들은 뭘 하고 계실까?

집안을 정리하다보니 무언가 정성스럽게 싼 상자가 나왔다. 꺼내보니 패미컴용 파이널판타지3다. 가장 좋아했던 게임 중 하나다. 저화질 도트 그래픽에 사운드도 빈약했지만, 어릴 때 감동을 줬던 게임. 시리즈는 계속 진화 했지만. 3를 할 때 가장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7까지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게임들.

롬팩으로 게임을 했을 때는 대부분 대만 카피 팩이라서 인식도 잘 안되고 케이스나 메뉴얼이 없이 달랑 팩만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대만, 중국은 대단했군)

그러다가 정말로 마음에 드는 팩은 원본으로 구입했다. 감히 살 수 없는 가격이었기 때문에(지금도 비싸다) 모두 원본을 가질 수는 없었고. 캡틴쯔바사, 캅셀전기, 메가드라이브의 랑그릿사, 루나더 실버스타 등은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파이널판타지와 드래곤쾌스트, 드래곤볼 시리즈는 카피팩까지 포함해서 모두 가지고 있었고, 파이널판타지와 드래곤쾌스트는 돈이 생길 때마다 원본으로 하나씩 모으려고 했는데...
장군 친구 중 한명이 발매되면 바로 구입해서 열어보지도 않고 랩으로 싸서 장식해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했다. 지금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경매에서 아주 비싸게 팔릴지도 모르겠다. 

재믹스라는 게임기도 있었는데 나는 웬지 MSX와 맞지 않았다. IQ2000이나 재믹스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패미컴을 무시하는 듯 하는 얘기를 해서 학교에서 언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현재 애플과 구글을 두고 날을 세우고 언쟁을 벌이는 것과 닮은 모습이다. 뭐. 나중에는 다 부질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되겠지만.

아무튼 이 파이널판타지3의 팩을 보면서 잠시 어릴 때 생각을 했다. 반포 파파상사를 매일 드나들던 생각, 그 가게 안에는 뭐 그렇게 신기한 물건들이 많던지.
사진이라도 찍어놨으면 아 저거였구나. 하고 재미있게 볼텐데 기억 속의 가게 내부는 매번 바뀌어서 그게 꿈인지, 어설프게 남아 있는 기억인지 분간이 안될 때가 많다.


8400엔 -_-; 지금도 비싼 가격이다.


메뉴얼과 롬팩이 그대로..


일러스트는 지금봐도 최고다.


게임의 차이는 없었지만 정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했는지..(생각해보니 카피팩 중에는 게임 저장 기능이 안되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깨기위해서는 전원을 켜고 학교 다녀와서 이어서 해야 했던... 그렇기 때문에 별아별 헤프닝이 많았는데. 파이널판타지3 3일 밤새서 거의 끝까지 간 뒤에 왕 남겨놓고 학원갔다오니 부모님이 오락만 한다고 전원을 꺼버렸다는 슬픈 이야기가. -_-;  그리고 용산의 아저씨들 저장 안되는 것을 알면서 원래 그런거라고 파는 분들 많았다. 나아쁜 분들..)


구동되나 한번 켜보고 싶은데, 패미컴이 없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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