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s : 정부는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한 국내 SW업계 담당자와 최근 카카오톡, 텔레그램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얘기다.
알고 보니 그는 이전 동영상 서비스 업체 판도라TV에서 근무를 했었다고 한다.
판도라TV는 국내에서 만든 동영상 서비스로 유튜브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었다. 2004년 국내 최초 동영상 서비스로 출범한 판도라TV 뿐 아니라 디오데오, M군 등 서비스들도 나름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인터넷 실명제 이후 판도라TV는 실명제와 불법콘텐츠 검열 등으로 인해서 위축됐다. 이에 실명제를 할 필요도 없고, 검열의 잣대도 느슨한 유튜브로 많은 사용자가 이동했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이나 운영과 관련된 부분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실명제와 검열 이 두 부분으로 인한 사이트 위축이 판도라TV의 몰락을 야기했다고 한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사용자 급감은 회사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주와 투자자들이 향후 성장발전 가능성을 보고 진행하는 투자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지연된 투자는 직접적으로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딜레이가 1초만 더 생겨도 다른 사이트로 클릭해버리는 인터넷 서비스 경쟁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이를 통한 유지보수는 사업확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판도라TV 뿐 아니라 많은 국내 SW, 서비스 업체들이 인터넷 실명제와 잠재적인 검열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축을 잃어버린 셈이다. 한창 영양분이 충분한 음식을 먹어야 할 청소년기에 허기를 채우지 못했으니 성장의 기운을 잃어버린 셈이다.
문제는 그런 제재가 애꿎은 국내 업체에게만 해당한다. 당시 유튜브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인터넷 실명제에서 제외됐다. 국내 아이디로 접근했을 때, 동영상을 올리지 못하는 방법을 썼는데, 이는 국가 설정을 바꾸면 바로 올릴 수 있었다.
카카오톡 경우에는 검찰과 카카오톡의 양쪽 문제 중에서 카카오톡의 문제로 더 몰아가는데, 이 사건에 분명히 검찰의 역할도 있음에도 발이 빠져 있다.
카카오톡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검찰의 요구에 대응했는지는 드러나겠지만, 일단 개인정보의 침해에 사람들이 얼마나 민감한지, 그 뒤에 몰고 올 파장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서는 둘 다 간과한 것 같다. 물론 카카오톡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만약 검찰의 요청에 불응한다거나, 해당 사실을 공개하면 잠재적으로 입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우려를 했을 것이다. 검찰과 정부가 직접적으로 카카오톡을 제한할 수는 없겠지만 쓸 수 있는 카드는 너무나 많다.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기 보다는 이런 잠재적인 위협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대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당 사실이 밝혀질 때의 파장에 대해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 시점의 차이였지 그 내용은 언젠가는 충분히 밝혀질 내용이었고, 이에 대한 대응을 철저하게 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했다.
우선 검찰의 요청에 대해 최소한의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행사하는 시늉이라고 했어야 한다.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것보다 우회적으로 알리거나 시도했다는 것을 남겼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건에 대한 내용이 밝혀진 이후의 대응도 미숙하다. '외양간' 프로젝트나 이후 여론에 대한 반응도 적절하지 못해, 결국 트집의 빌미를 남겨줬다. 가장 무서운 여론이 돌아섰으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정면돌파를 하던가 입장 표명에 대해서 더 신중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따지고 보면 정부가 그동안 만들어 놓은 인터넷 환경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만약 텔레그램의 창업자가 국내에 있었으면 카카오톡과 다른 결과가 있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이미 수년 동안 IT업계의 분위기는 누적되면서 개인이나 기업이 어쩔 수 없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밉게 보인 기업들은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해를 입어 왔다.
결국, 카카오톡의 문제는 모든 문제가 카카오톡으로 쏠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좀 더 크게 보면 그렇게 만든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다. 텔레그램은 잃을 것이 없는(잃어도 그렇게 아쉽지 않은) 업체와 대표고, 카카오톡은 개천에서 용된 잃으면 안되는 회사였다. 그 차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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