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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fa

[BP/IFA2012] 소니 초심으로 돌아가다.

by bruprin 2012. 9. 18.



BP's : 소니 = 좋은제품. 어릴 때 동네 이발소 아저씨는 자신의 가게에 소니 오디오가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카세트테이프와 라디오 밖에 안되는 제품이었지만 당시 소니의 제품을 갖는다는 것은 큰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고, 필름카메라가 없어서 무슨일이 있을 때 빌려쓰거나 입학식과 졸업식 때 사진사에게 부탁해서 촬영하는 때였다.
그때부터 소니는 '좋은제품, 비싼제품' 이라는 이미지를 이어왔다.

하지만 IT가 일반화되면서 2002년 이후 소니는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이 쇠락의 길은 재무재표상 수치가 아니라 소니=좋은제품 이라는 이미지가 붕괴되는 것을 말한다.
워크맨에서 디스크맨까지는 잘 이어왔지만 미니디스크 시장에 올인하면서 소니는 돈은 많이 들였으나 재미는 못 본....라스트액션 히어로와 같은 영화 이미지로 바뀌게 된다.
어떻게 세계 IT업계를 주도하던 소니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을까?

클리에나 리브리에 등 PDA와 전자책 단말기 부문에서 연이어서 주류시장을 만들지 못하더니, 퀄리아의 등장은 주류시장을 포기하고 산 속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과 같은 결정으로 보였다.

소니의 쇠락은 기술력의 우위를 내세우던 마니아 시장에 집중하면서, 주류시장을 다른 업체들에게 내주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소니의 몰락에는 여러가지 설들이 있지만, 역시 각 사업부서 간의 경쟁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소니그룹은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소니컴퓨터엔터에인먼트,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머트, 소니 파이낸셜 홀딩스, 소니 디지털 오디오 디스크 코퍼레이션 등으로 구분돼 있으며 이들간의 경쟁은 오히려 각 사업부서간을 고립시키는 문제를 만들었다.
끊임없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던 소니는 현재 애플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창업자에서 전문경영인의 조합으로 이어지는 소니는 2000년 이전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주요 제품들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어려움을 겼는다.
소니는 전직 CEO가 현직 CEO를 지원해주는 독특하 경영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1970년대 이전 창업자 이부카 마사루와 모리타 아키오의 투톱 시스템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조합이었다. 이후 1971년 마사루 이부카가 CEO를 맡으면서 전자업 뿐 아니라 보험업(1979) 등으로 사세를 확장한다. 하지만 전자업은 당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었고, 원가절감이 사업의 영속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에 컴팩트 디스크 등을 개발한 오가 노리오  CEO가 1982년 취임하면서 소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미국 컬럼비아 영화사를 인수하고, 당시 닌텐도와 세가가 장악하고 있는 게임기 시장에 플레이스테이션을 출시해 게임업에도 진출한다.(생각해보면 당시 소니가 만든 게임기를 누가 사겠는가? 라는 얘기가 주류를 이뤘는데 결국 사라진 것은 세가와 시장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 몇 몇 업체들이 협력해서 만든 3DO 였다)

오가 노리오 CEO는 영화와 음악, 게임 등 콘텐츠가 융합될 것이며, 이같은 상황에 맞춰 사업을 확대했는데, 당시는 네크워크 상황이 형편없었고 각 콘텐츠를 융합해서 즐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높았다. 또 컬럼비아 영화사 인수 등에 너무 많은 비용을 투자해 결국은 그 것이 부메랑으로 날아왔다. 지속적인 엔고도 소니의 경영악화에 한 몫했다. 특히 소니의 실수는 방향은 제대로 정했지만 그 타이밍에서 언제나 너무 앞서 갔다는 것이다.

오가 노리오 CEO는 엔지니어를 CEO로 승계시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1995년 선전홍보 담당이었던 이데이 노부유키를 차기 CEO로 정한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CEO를 선정한 것은 이데이 노부유키가 소니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주기를 원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엔지니어 중심인 소니 문화에서 이데이 노부유키 CEO는 건건히 다른 이사진들의 견제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기술을 모르는 이데이가 소니를 망치고 있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기도 했다. 

이데이 노부유키 CEO는 속도경영을 내세웠으며, 그의 속도경영은 그야말로 초고속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방향 뿐 아니라 과속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TV부문에서 차세대 TV로 꼽히는 OLED TV 부문, DVD 다음 매체로 꼽히는 블루레이 부문에 너무 많은 힘을 실은 것이다. OLED TV 경우 올해 말에야 제대로 된 상용제품이 나오고 블루레이 경우 HD-DVD와 경쟁에서 이겼지만 아직까지 주류시장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그의 판단이 얼마나 섣불렀던 것인지 알 수 있다.

결국 이데이 노부유키 CEO는 2005년 차기 CEO로 외국인인 미국 소니 법인장 하워드 스트링어를 지명했다. 하워드 스트링어를 지명한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견이 있는데 소니를 콘텐츠 중심의 회사로 키우기 위해서 라는 설과 재임기간동안 이사회의 간섭을 받아왔던 이데이 노부유키가 이사회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외국인 CEO를 선정했다는 설도 있다.

하워드 스트링어 CEO는 미디어의 풍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소니픽쳐스 등 콘텐츠 부문을 강화하지만, 관리 위주의 성향으로 바이오나 블루레이디스크, 모바일 부문의 개발비를 삭감해 소니의 색을 잃어버리게 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2012년 초 하워드 스트링어 CEO도 소니를 재건하지 못하고 소니엔터테인먼트 출신 51세의 히라이 카즈오에게 CEO를 물려 준다.

히라이 카즈오의 CEO 승계는 이미 2012년 1월 CES에서 예견됐다. 그동안 CEO가 주도해서 발표했던 프레스컨퍼런스의 상당부분이 히라이 카즈오가 맡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히라이 카즈오는 2월 소니의 새로운 CEO에 임명된다.

하지만 히라이 카즈오가 맡은 소니는 만신창이라고 할 수 있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소니는 주력 사업부문인 TV와 모바일 등 주요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었고, 히라이 카즈오는 구조조정과 사업부 영역 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낸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사업을 성공시킨 카즈오 히라이 CEO는 TV와 PC, 스마트폰을 하나의 플랫폼에 운영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까지 히라이 카즈오가 소니를 재건할 수 있는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소니는 한명의 CEO가 단기간내에 체질을 바꾸기에는 너무 큰 공룡같은 조직이다. 여기에 기존 소니그룹 이사진도 젋은 CEO를 달갑게 여길리 없다. 히라이 카즈오는 소니를 사업부터 조직까지 내외부 모두 손봐야 하는 큰 짐을 짊어지게 됐다. 다행인 것은 이전 CEO들과 달리 그는 젊다는 것이다. 51세는 다른 CEO들에게는 불가능할 것같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나이다.

이번 이파에서 히라이 카즈오 CEO는 첫 공식 연설을 했다.
일본에서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사실 공식적인 대규모 프레스컨퍼런스는 이번 이파가 처름이다.
히라이 카즈오 CEO는 1시간이 넘는 발표를 대부분 혼자 진행했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전략은 '감동' 이었다. 소니가 그동안 소비자들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감동'을 전했기 때문이며, 이 본연의 가치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히라이 카즈오 CEO는 향후 소니의 키워드로 모바일, 디지털이미징, 게임을 꼽았다. 모바일 부문은 엑스페리아 신모델 3종을 출시해 강화하고, 디지털이미징 부문은 넥스 시리즈와 사이버샷 신제품, 게임은 해리모터 저자인 조앤 K.롤링과 함께 만든 플레이스테이션 3용 동작인식 게임 'Book of Spells'를 선보였다.
4K 카메라와 UD TV도 깜짝 공개했다. 영화사를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 10월 개봉 예정인 스카이폴에서 007이 엑스페리아를 사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스는 `보고(Watch)', `듣고(Listen)', `즐기고(Play)', `만드는(Create)'  4개 부문으로 나눠 PS 비타와 플레이스테이션3 , 오디오 기기, 비디오 기기 등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다. 4K  UD TV는 주력모델로 생각하는 것인지 아예 별도 부스를 만들어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기존 풀HD 영상을 UD TV에서 업스케일링 해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가 풍부하다고 했는데, 그것보다 이 84인치 TV를 살만한 집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 궁굼했다. 결국 이번 이파에서 주력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제품은 넥스와 RX100과 같은 카메라, 엑스페리아 스마트폰으로 보인다. 태블릿 경우에는 아이패드가 있는 한 어려울 것 같고, 다른 제품들도 주목할만한 제품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전 소니 CEO들이 겪었던 것처럼 소니는 주력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면 당분간 침체는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은 왜 다 맥북을 쓸까?


소니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와 이부카 마사루....표정이 좋다.


미국 출신이라 그런지 영어 실력이 상당하다.


신형 엑스페리아. 잠깐 만져봤는데 느낌이 괜찮았다. 왜 이런 폰은 우리나라에 안들어오는 것일까? 물론 통신사 문제가 더 클테지


멋진 아이콘과 폰트는 사실 소니부터였는데


15년이 된 바이오... Visual Audio Intelligent Organizer의 약자인 바이오는 이제 브랜드에도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소니는 혁신적인 제품을 정말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그 제품들은 워크맨과 디스크맨을 빼면 주류시장을 만들지 못했다. 좋은 제품이지만 좋은 상품의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


헤드폰과 이어폰 사업은 최근 소니가 주력해 성장시키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4K UDTV LG디스플레이에서 패널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노 코멘트)
소니의 화질 개선 기술은 인정할만하지만 그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궁금했다. 4K TV의 업스케일링은 훌륭했는데 이건 제한된 상황이고, 직접 여러가지 소스를 돌려보고 싶었으나 당연히 불가.

소니를 비롯해 일본 업체들의 몰락은 불고 몇 년전에도 예상치못한 상황이다. 무서운 것은 일본의 현상은 우리의 미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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