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s : 기내 면세품 안내책자는 메마른 쇼핑욕심에 불을 지피는 것과 같다. 전혀 쓸데 없는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이거 있으면 유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인터넷으로 가격을 확인할 수도 없고, 대부분 경우 이번에 못 사면 다음까지 한참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늘은 시계를 유심히 봤는데, 집에 있는 시계에도 불구하고 다시 쓸만한 시계가 없나?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러다가 카시오 지쇼크를 봤는데, 이 제품의 특징은 수심 200m까지 방수가 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광고문구에 넣었다. 실제 이걸 손목에 차고 200m를 들어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200명, 20명도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수 수심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방수가 되는 제품과 안되는 제품의 차이는 크겠지만 막상 생활방수가 된다면 그 방수의 가치는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별 필요 없는 기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계가 처음 나왔을 때 방수 기능은 매우 중요했다. 지금은 우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가 처음 시계를 받았을 때는 방수시계가 많지 않았다. 시계를 받았을 때 내가 받은 규칙은 ‘손을 씻으려면 시계를 손목에서 풀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규칙을 잊고 시계를 찬 채로 손을 씻다가 고장이 난 경우도 많았고, 그 규칙은 잊지 않았지만 세수를 하고 정작 시계를 세면대에 풀러놓고 와서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재 대부분 시계는 생활방수 기능이 있고, 시계를 풀어놓고 세수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방수가 안되어서가 아니라 가죽끈이 손상될 수 있거나, 거추장스러운 이유가 더 클 것이다. 이런 방수시계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스마트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 단위로 제품이 바뀌고 있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현재는 기술이 수직방향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일정단계에 접어들면 그 혁신의 가치가 마치 시계의 방수기능처럼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CPU 속도가 2Ghz가 넘거나, 배터리가 3일 이상 지속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정도 성능에 만족할 수 있다. 여전히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사양이 중요할 수 있지만. 결국 실제 해당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생활방수, 수심 10m의 방수 정도면 만족할 것이다.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떻게 바뀔까?
기술의 상향평준화 이후에는 브랜드와 디자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시계부문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시계 본연의 기능 경쟁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많은 부담을 감수하면서 오메가나 롤렉스 같은 시계와 그렇지 않은 시계로 나뉠 것이다. 물론 시장을 이끄는 것은 세이코나 케빈클라인, 알마니와 같은 중가, 중고가 브랜드가 이끌 것이고, 스와치 같은 보급형 제품에서 쓸만한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뒤로 갈수록 어쩌면 LG전자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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