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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BP/IT]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by bruprin 2014. 10. 10.


BP's : ICQ를 처음 썼을 때 굉장히 놀랬는데, 그 이유는 IRC 채널을 통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있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고,(그것도 무료로) 그 타이핑할 때 나는 타자기 소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 후 MSN이나 네이트온, 야후 메신저, 다음메신저, 드림위즈 지니 등을 썼는데, 쉽게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편리했다. 파일 전송도 가능하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또는 스마트폰과 PC로 연동하는 메신저를 많이 쓰는데, 사실 나는 업무용으로 필요한 사항만 얘기하는 남들이 거의 쓰지 않는 메신저외에는 스마트폰으로도 메신저를 쓰지 않는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쓰지 않는 이유는 무료이기 때문에 좋았던 편리성이, 무료이기 때문에 오가는 이야기들이 피로했고, 무엇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서 시간을 가리지 않고 날아오는 사생활 침해라는 부분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인터넷의 흔적들은 추적이 가능하고, 데이터를 내가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텔레그램이라는 새로운 메신저를 소개하길래 왓츠앱 같은 프로그램인가보다 하고 설치해봤는데, 전화번호부와 연동돼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전화번호부와 연동되는지 알았으면 안 썼을 것이다)
처음에는 몇 명 없었는데 몇 일 뒤에 카카오톡에 대한 검찰의 사찰 논란이 벌어지면서 텔레그램에 가입한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IT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우선 다 옮겨가는 것 같고, 나머지 사람들 중에도 카카오톡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도 많이 옮긴 것 같다. 

1주에 2만명이었던 신규가입자가 일주일 사이에 100만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하니, 이런 속도라면 이 부분에서 절대로 꺼지지 않을 것 같았던. 카카오톡 쪽에서도 당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카카오톡과 검찰과의 관계(검찰이 요청한 자료를 카카오톡에서 전달해 준 것)가 드러나면서 카카오톡을 썼던 사람들이 텔레그램으로 넘어오는 비중이 더 늘어날 것 같다. 
물론 중장년 층이나 노년층은 그대로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넘어오는 것이 어렵겠지만,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이 메신저 서비스가 이렇게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은 꽤 놀랍다. 

우선 기존 카카오톡 서비스에 대한 불만? 피로도 같은 것이 기존 사용자들에게 쌓였고, 인터넷 서비스에서 가장 민감한 보안 부분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기 때문에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IT기업들은 새로운 기술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반면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프리챌과 사이월드의 사례가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당시 모든 커뮤니티는 프리챌에 있었고, 프리챌의 유료화는(만약 지금의 스티커 판매와 같은 부분 유료화를 했더라면 성공했을 수도 있다) 사이월드로 대거 이탈하게 만들고(당시만해도 사이월드로 옮기는 것과 관련해 프리챌에 있던 큰 커뮤니티들은 많은 토론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 의미 없는 것이지만. 그 유료화에 손을 들어 수조원의 기회를 날리게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사이월드는 모바일을 간과해 페이스북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그렇기 때문에 카카오톡도 한순간에 텔레그램이 아니라 다른 메신저에 자리를 넘겨줄 수 있다. 

가능성은 언제나 있는데, 야후가 구글에게 자리를 넘겨준 것을 보면 SNS를 포함해 인터넷 서비스 자체에 수명이 있는 것 같다. 대세로 굳어진 뒤 3년 정도를 버티다가 새롭게 변화를 하지 못하면 무너지게 되는 주기. 

네이버 경우에는 한국어로 된 콘텐츠를 모두 우리안에 가둬 그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고(하지만 네이버의 검색결과가 점점 수준이 떨어지면서, 구글 사용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구글 경우에는 지메일과 유튜브, 안드로이드, 구글맵 등 여러가지 서비스로 도망치게 막아놓고 (알게 모르게 망한 서비스도 많다) 

어떤 서비스든지 그 중심은 사람이 있고, 욕심을 조금 줄이고 처음의 철학을 지켜나가면 그 생명력을 좀 더 이어나갈 수 있는데... 
충분히 돈을 벌었음에도 더 큰 욕심을 부리다가 후발주자에게 자리를 내주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이번 카카오톡 문제는 대응도 미숙했다.(경험이 풍부한 홍보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부분)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얼마나 이동할지는 모르겠지만, 대세보다는 몇 개의 메신저가 적당한 수준에서 경쟁을 하는 구도가 좋아 보인다. 
결국 독점적인 위치에 있으면 고객이 아닌 다른 것에 더 무게를 두게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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